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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9. 서울전시여행 2일차 : 북서울 미술관, 어머니와 아들, 서울 미술관, 라카페갤러리, 서울시립미술관 뮤지엄 나이트 본문

커피·미술 여행

2020. 1. 29. 서울전시여행 2일차 : 북서울 미술관, 어머니와 아들, 서울 미술관, 라카페갤러리, 서울시립미술관 뮤지엄 나이트

J.U.N. 2020. 1. 30. 20:49

일어나기 힘들던 아침, 겨우겨우 일어나 조용히 나왔다.

나오기 전 단정한 거실을 담았다. 다음에 다시 오면 이 곳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고 싶다.

버스를 타고 가까운 북서울 미술관에 도착했다. 10시 개관인데 5분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직원들은 10시 전까지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내겐 불편하지만 이런 것은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서울 미술관에서 '레안드로 에를리치 : 그림자를 드리우고'는 정말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너무너무나... 여러 설치 작품들이 주는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느낌들, 공간들, 생각들이 가득 느껴져서 풍요로움의 전시였다.

게다가 전시는 무료였다. 아 좋은....

입장하면 13개의 영화포스터를 독특하게 표현한 공간이 있다. 제목들이 한글로 되어있는 걸로 봐서 한국 관객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물감을 다루는 솜씨도 보통이상이었다.

이렇게 전체의 배치를 보니 붉은 벽에 각각마다 조명, 독특한 포스터. 

마치 데이빗 린치의 영화속 한장면 같은 느낌도 살짝.

다음 공간으로 가니 설치작품들이 놓여져 있었는데...

외국 영화에서 보던 느낌의 엘리베이터들. 앞에서는 2개의 엘레베이터가 보였다.

'엘리베이터 미로'

그런데 그 안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혼란을 느꼈다.

내가 예상한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3면이 모두 거울로 막힌 공간이라고 생각했고 반쯤 들어갔을 때만 해도 반사되는 것들이 정말 그런줄로 알았는데 내 모습이 바로 옆에서 반사되지 않고 저기 저 멀리서 반사되고 있었다.

나와 함께 옆칸에 들어간 관객과 함께 서로를 보게 되었을 때 흠칫했다.

그리고 이것이 작가가 바랬던 순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이 한낱 반영과 미망임을 깨닫도록

신은 꿈으로 수놓은 밤과

갖가지 거울을 창조하였네.

밤과 거울은 그래서 우리를 흠칫하게 하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거울> 중에서

 

'탈의실'

다행일까. 이 순간 이 복잡한 공간에 나혼자여서 개인적인 공간인 좁고 까마득한 '탈의실'에

여러 사람들이 나타난다면 기분이 상당히 묘했으리라.

 

'더 뷰'

블라인드가 쳐진 창문 그 안쪽에는 마치 아파트의 생활모습같은 영상이 나왔다.

나도 그렇게 느꼈지만 설명자료에도 히치콕 감독의 '이창'이 언급되어 있었다.

다리가 부러진 사진기자가 움직이지 못한채 창밖의 사람들을 보면서 살인으로 의심되는 상황을 보게된 영화.

그리고 영화는 끝까지 이 기자가 앉아있는 이 공간밖을 나가지 않는 독특한 영화.

독특한 놀람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잃어버린 정원'

 

작은 공간에 외부의 볕이 들어오는 온실같은 공간이 있었다. 무심코 그 안쪽을 바라보다 화들짝 놀랐다.

또다른 내가 있었다. 그것도 왼쪽에 앞에 오른쪽에... 이 공간을 또다른 자아들이 함께 바라보고 있는 독특한 느낌이었다.

그사이 단체 관람온 아이들~~~ 신기했는지 열심히 다닌다. 여기서 보기에 저 공간은 별로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다니다보면 그 안에서는 엄청난 공간으로 반사되어 보이고 어디가 거울인지 어디가 공간인지 무척 혼란스럽다.

'탑의 그림자'

이 곳에서 나를 가장 가슴뛰게 한 작품이다. 이 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감상자는 탑이 잠긴 물속에 들어온 착각을 일으킨다. 위를 바라보면 탑의 모습이 일렁이며 보인다. 이 공간의 빛도 일렁인다. 이렇게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과 직면할 때의 당황스러우면서 묘한 기분은 놀랍게도 좋다.

전시실을 옮겼다. '자동차 극장'

모든 자동차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생기를 잃은 모습이다. 그들이 보고 있는 극장의 영상은 꿈처럼 활기차다.

'구름(남한)' 과 '구름(북한)'

 

구름모양만 봤을 때는 몰랐다.

두개의 구름은 각각 분단된 한반도인 남한과 북한을 각각 표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들은 입체적인 구름으로만 보였는데 다가가면.....

9장의 유리에 프린트된 모양이었던 것이다.

유휴공간 프로젝트 '인간, 사랑, 빛' 무심한듯 아닌듯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 공간에 만들어져 있었다.

잠시 쉬기 위해서, 책은 무엇들이 있을까 보기위해 작은 도서관에 들어왔다. 그런데 오오오

스타워즈 미술에 대한 일본 원서와 팀 버튼의 작품집이 있었어~!!!

그 외에도 미술관련 책들이 이 좁은 곳에 가득했다.

아아 다음에 다시 올테야!!!!

여기는 어린이들의 전시인가? 뭔가 싶은 곳이었는데

'사각 생각 삼각' 전시였다. 

그리고 통로의 벽면

이제 부암동 서울미술관으로 가야지 하면서 코스를 뒤적였다. 서울미술관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면 좋겠다 하고 맛집을 찾는데 점수가 제일 높은 곳이 '어머니와 아들'이었다. 거리도 조금 떨어졌고~~~ 여기는 왜 점수가 높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지도를 보니 '포방터'

아아 포방터? 포방터는 '연돈'으로 유명했잖아. 지금은 연돈이 이사갔는데~ 하고 잠시 검색을 해봤다. 그리고 홍탁집이 바로 '어머니와 아들'이란 것을 알았다. 여기로 출발!!!!!!

 

또 버스를 탔고 한시간 넘게 간다.

전시보러다니는 것도 참 멀고 험하구나. 그렇게 도착한 포방터 시장.

시장입구에 들어서자 가까이 선명하게 간판이 보였다.

어머니가 계셨고 다른 아주머니도 계셔서 주문을 받으셨다. 벽을 보니 각서와 사인들이 가득하다.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도 좋지만 이렇게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아들이 있다는 것도 시청자들에게는 용기다.

나는 겁도 없이 대낮게 막걸리 하나와 닭곰탕을 시켜 먹는다. 저거 하나를 다 비울 수 있을까? 싶었는데 8할은 비웠다.

알딸딸하게 먹고 있는데 아드님도 오셨길래 인사를 나눴다. 닭곰탕은 깔끔하고 좋았다. 내가 닭육수를 워낙 좋아해서~

서울미술관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잘못내려 2정거장을 걸어야했다. 젠장.

그래도 이번 전시여행은 카카오맵의 알림기능을 유용하게 썼다. 고맙소 카카오맵

 

길가 1층에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여럿 보였다. 예전에도 버스를 이용해 단체로 오는 것을 봤었다.

그래서일까 계단으로 올라가보니 출구가 닫혀있고 아래 주차장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안내만 적혀있었다.

처음 가보는 길이었다.

 

'보통의 거짓말'

 

마음에 드는 주제였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인가보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평생을 보낼 수 있는 트루먼쇼를 선택하기보다

위험하더라도 날것이더라도 실제 세상으로 나가려는 마지막 출구... 그곳에서 주인공은 다른 모든 시청자들을 향해 소리친다. 

 

 

릴리아나 바사라브 작가의 '아담과 이브'

한장한장 그려낸 그림이 연속적으로 애니메이션되는 짧은 작품이다.

선악과를 따서 아담에게 건네려는 듯한 이브, 그리고 그것의 무한 반복.

진실을 보지 않으려는, 감추려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만족스럽도록 많았다.

무척 마음에 들던 몇 작품들은 스테판 슈미츠으 작품들이었다.

이주연 작가의 작품들

진효선 작가의 '축 졸업'

아이들이 기성세대의 형식에 단체로 맞춰지게 되는 첫 경험처럼 묘사했다.

 

아 섹시해.....

박정은 작가의 작품들. 색연필을 사용한 작은 그림들이지만 슬픔과 과절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현 작가의 애니메이션 '뿔'

나 뿐만 아니라 여러 관객들이 넋을 잃고 봤다. 뿔이 자라나는 사람이 결국 뿔을 자르고 나서야 밖으로 나갈 수 있었고

밖에서 그가 충격받은 것은...

로돌포 로아이자의 작품들. 동화속 이야기에 맞춰졌던 인물들이 그 틀을 부숴버리는 모습들을 봤다.

괴상한 모양들이 만들어낸 그림라는 아름다웠다.

 

세월호의 아픔,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메시지...

이 작은 것들이 뭔지 몰라 하나하나 읽었다.

이것들은 북쪽에 뿌려졌던 삐라였다.

세상에 이따위 수준의 삐라라니. 어이가 없네.

전시 내용이 달라졌다. '세상의 끝과 부재중통화'

이 전시들... 이번 전시여행 중 가장 가슴을 진동시켰다.

전시장 여러 대의 전화기...

무엇이든 수화기를 들어보면 된다.

전화를 통해 남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부재중 메시지로 남겨진 낯선 목소리를 듣게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누구든지 자신의 메시지를 담을 수도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불가능했었지만....

나도 두 대의 전화기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들을 들어봤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를 가장 아프게 했던 것...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영상이었다.

저기 보여지는 영상, 그리고 헤드폰을 착용해야 정확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쉽게 하지 못했던 말들... 그 '부재중 통화'들을 놓아주기 위해 세상의 끝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기록한 영상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들은... 다양했는데...

특히 자신보다 먼저 떠나간 아이를 그리워하며 남긴 어느 어머니의 메시지는... 날 계속 울렸다.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작가는 우수아이아에서 이 메시지들을 놓아주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해서 찾아봤다. 우수아이아가 어디일까....

세번째 전시 나무의 시간

그저 나무와 관련된 전시들이리라 생각했는데... '교양수업'에 갔다가 

김기창, 천경자, 장욱진, 나혜석 그리고 장승업의 그림도 만날 수 있었다.

김기창의 미인도

천경자의 청혼

장승업의 화조도

그리고 러그로 만들어진 로버트 인디애나의 Liebe LOVE들

김환기 '섬 스케치' 

이대원 작가의 작품들 중 가장 느낌이 좋았던 '나무'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나가려는데... 아 이것은.... 윤병락 작가의 '녹색 위의 붉은 사과'

휴우.... 이제 점점 서울의 중심으로 향하자.

다음은 경복궁 가까이 자리를 옮긴 라 카페 갤러리.

그곳은 언제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음료를 주문하면서 언제 이사왔는지 물었다. 2019년 1월, 그리고 카페를 오픈한지 6개월쯤이라고 한다.

한잔의 카푸치노. 어제도 오늘도 카푸치노 한잔씩은 마시는구나.

커피를 마시고 2층으로 올라가 박노해님의 사진들을 감상한다.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세상에서 제일 높은 학교'

안데스 고원 5천 미터 높이에 사는 잉카 후예인 께로족의 아이들의 사진이다.

박노해님의 사진들은 반드시 글을 함께 읽어야 한다.

사진이 어땠는지, 무엇이 잘 찍혔는지 같은 껍데기는 없다. 

사진속 인물과 역사와 삶이 잘 설명되어 있지.

 

'광야의 환대'

요르단 어느 가정집인듯 하다. 길손은 누구라도 환대한다는 설명처럼 저기 무언가 먹을 것들을 들고 오는 여인의 표정이 밝다.

 

" 제 사랑하는 딸들에게 늘 말하곤 하지요. 문을 두드리는 낯선 이는 너의 길을 밝혀주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안내자이고 신이 보낸 이라고요."

 

'엄마의 커피'

인도네시아. 아체 가요 마운틴.

농부 가족이 둘러앉아 엄마의 커피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전시를 보고 오늘의 잠을 책임질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2인실인데 나혼자만 쓰게 된다고 한다. 다행이다.

짐을 내려놓고 침대에 기대 쉬다보니 1시간이 금방이다. 7시에 뮤지엄 나이트를 가기 위해서는 뭐라도 먹어야겠지 싶어서 와플을 샀다. 블루베리치즈와플. 하하하 여기에 유자차까지 한잔.

따뜻한 겨울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 도착했다. 이런 시간의 전시는 처음인데 또 새로운 기분이었다.

아 때가 때이니 만큼 이런 곳을 통과하네. 

7시 정각에 헤드폰과 음악 플레이어를 받았다. 작품들 앞에 적힌 숫자를 누르면 작품감상에 알맞게 선곡된 곡들을 들을 수 있었다. 호... 이것 좋은데?

 

강박2 의 전시들을 둘러본다.

김인배 작가의 '건드리지 않은 면'

잘라진 연근들, 그리고 여기서 상상한 전체의 연근.

사람의 다리와 변형된 사람의 얼굴.

우정수 작가의 영역에서

1층 전시를 마치고 위로 올라갔다. 중도지역의 현대미술을 볼 수 있는 이번 컨셉

고향

 

특히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빌어먹을 이스라엘, 빌어먹을 미국놈들.

침묵의 서사 중...

감각으로서의 우리

여기 그려진 선들이 마음에 들었다.

전시를 모두 보고 나왔다. 

어두운 덕수궁 옆 돌담길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나는 게하 옆의 편의점에서 맥주를 골랐는데 이걸 보는 순간 결정했다.

광화문. 그리고 아몬드 작은 한봉지를 들고 올라갔다.

굿나잇. 수고한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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