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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8. 서울전시여행 1일차 : 한가람 미술관 본문
2박 3일의 시간을 얻어 서울로 간다.
어느 미술관에서 무슨 전시들이 있나 정리해둔 것들을 구글 지도에 옮겨 메모한 후 꼭 갈 곳들을 표시해두니 동선을 고려했을 때 과천현대미술관을 먼저 들러야 했다.
그래서 나는 광명역에 내렸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 지하철로 갈아타려했다. 그러면 근처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현대미술관까지 갈 수 있을테니
(일년 전 겨울, 찬바람 뚫고 오전에 가봤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 걷던 중 '혹시 덕수궁 현대미술관이 오늘 휴관이었던가?'하고 찾아보던 중....
과천현대미술관도 오늘 휴관인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젠장
방향을 틀었다. 다음 목적지였던 한가람 미술관으로. 다시 이 곳에서 한 시간 가까이 가야하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 곳에서 3개의 전시만 보고 끝날 것 같다.
첫번째 전시, 로트렉.
여러 가지 자료들도 그림들도 많았지만 로트렉의 당시 전시 포스터들 모두 전시되었단다.
그중에는 희귀해서 몇 장 없는 포스터까지.
전시장 입구에는 당시 물랑루즈의 모습이 영상과 사진으로 표현되고 있었고
그 다음 전시공간에서는 당시의 거리 모습이 자그마하게 모형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오래전 영화 '물랑루즈'가 생각났다. 그 영화 속에서도 로트렉이 있었지.
로트렉의 그녀들... 특히 제인 아브릴과 수잔 발라동.
우측 아래에 제인 아브릴의 모습이 보인다.
당대 유명한 화가들과 그들의 태어나고 사망한 연도를 나타낸 그래프.
이걸 보고 알았는데 조르주 쇠라는 정말 단명했었다. 32세로 사망이었어. (1859 - 1891)
로트렉과 발라동을 겹쳐 두었다.
로트렉의 일대기를 정리한 면을 우측에서 보면 이렇게 보인다.
로트렉의 사진도 꽤 인상적이어서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다.
로트렉 작품들 중 마음에 든 작품을 꼽으라면 바로 이 두 작품이었다.
적절하게 생략되고 간결한 선, 자극적이지 않지만 알맞게 중심을 잡은 몇 개의 색. 그려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만큼 좋았다.
로트렉 전시는 기대만큼 크게 감흥을 주지 않았다. 물론 로트렉의 그림들은 충분히 훌륭하고 인상적이었지만.
로트렉 전시를 보고 '모네에서 세잔까지'전시를 보려니 지쳐서 딸기셰이크 한잔을 마시며 쉬었다. 시간은 넉넉했지만 15분만에 일어났다.
나는 미술을 전공으로 할 때부터 지금까지도 모네를 많이 좋아한다. 그래서 여러 화가들의 전시라고 해도 '모네'가 들어가는 제목이면 몇 배의 관심을 끌게 되는가보다.
아래의 모네 그림은 옷과 바위의 그림자 묘사와 빛이 닿는 묘사의 차이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미술관에서 판매하던 그림도 아래 사진도 모네가 표현해 낸 그것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전시에는 모네보다 피사로의 작품들이 많이 보였다. 피사로... 모든 인상파 전시에 최다 출품했던 화가라는 것만으로도 인상파의 중심인물이라고 불릴만한 화가일 것이다.
카미유 피사로 - 에라니의 일몰
그리고 의외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이 작품이었다.
젖은 도로와 반사되는 빗물, 내리는 비로 더 불분명해진 형태가 묘하게 마음을 끌었다. 화면 중심쪽의 멀고 푸른 하늘과 대기의 표현에 한참 젖어 있던 작품이다.
레세르 우리 - 포츠담 광장의 밤
이제 잠시 브레이크 타임.
나는 1층의 테라로사에 와서 아메리카노 어센틱 시즌8을 주문했다. 보통 마실 수 있는 아메리카노보다는 낫긴 했지만...
전시보는 사이사이에 이렇게 쉴 여유가 생기니까 마음이 편했다.
여기에서 잠시 후 '매그넘 인 파리'전시를 보면 오늘 일정은 마무리하는 것으로.
전시를 보러 들어가기 전에는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가본적 없는 파리를, 그것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진들로 표현된 파리가 내 마음에 어떻게 와닿을까 하고.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매그넘 작가들의 사진이 양쪽 벽면에 붙어있다. 마지막 전시장을 제외하면 사진촬영이 가능했다.
반갑군요 피카소 아저씨
쟈코메티 아저씨도
들뢰즈 아저씨, 지금은 아저씨를 잘 모르지만 언젠가 알게될거라서 미리 담아둬요~
옆모습이 이렇게 매력적이었구나 프랑스와즈 사강...
아 저 불량한 표정 좋아. 잘생긴 미남보다 매력적인 벨몽도 아저씨~
그리고 마음아픈 그녀.... 에디트 피아프.
오래전 흑백 사진들을 보고나니 어쩐지 당분간 흑백모드로 촬영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아 그런데 여기같은 곳은 제외해야지.
전시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깜깜했다. 미리 연락해둔 게스트하우스는 북서울미술관 인근이었다.
8시 이후 들어간다고 했는데 9시 넘어서 도착할 것 같았다.
지하철을 타고 내린 역은 '마들'이란 이름의 역이었다.
마들... 마들렌이 생각났다.
어디서 저녁을 먹을지 방황하다가 어느 상가... 그것도 상가 통로를 통해 들어간 안쪽에 있던 맷돌 순두부집에 들렀다.
정갈하게 나온 음식도 좋았지만 두 명의 젊은 직원이 상냥하게 맞이해준 것도 좋았는데 계란을 꺼내고 있었을까? 하나 깨졌나본데 다른 남직원, 주방의 어머니까지 서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다.
그래서 음식도 맛있게 먹고 나올 수 있었다.
'그리너리하우스'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예약할 때는 몰랐는데 정보를 찾다보니 아파트 내의 가정집이었다.
두 분의 주인과 함께 지내는 가정집의 느낌.
이렇게 복도를 따라 찾아갔다. 벨을 누르니 어여쁘신 젊은 사장님께서 맞이해주시고 이것저것 안내해주셨다.
나는 방에 가방을 내려놓고 커피 한잔 마시고 와도 늦게 않겠는지 양해를 구했고 네거리에 개인 카페가 있다고 하셔서 그리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바로 여기 마비노스 커피였다.
한쪽에 로스터기가 보였고 그것만으로 여기 온 보람은 충분했다.
커피를 주문하려고 메뉴를 보면서 핸드드립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받아보니 아쉬울 것도 없어보였다. 갈색 끄레마가 짙게 드리워진 카푸치노.
난 가만히 앉아 커피 한모금과 이북 조금 읽으며 밤을 여유있게 맞이했다.
그리고 게하로 되돌아갔다. 조용히 문을 열고...
오늘의 시간은 이렇게 정리하며 잠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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